모기




에어컨을 켜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노란 은행잎 차표 한 장 끊어 고향 가는 첫 차를 탈 거야
그 향기롭던 피의 유혹도 다 뿌리치고.
단박에 피하수맥까지 파이프를 박으면
수관 속을 솟구쳐 오르던 피맛의 쾌감을 너는 모르지
용도 폐기된 폐공은 도톰하게 메우고
붉게 표시까지 해 놓고 자릴 뜨면 손바닥으로 치고
북북 긁고 난리치던 당신이 나의 심오한 배려를
어찌 알겠어 여름이 무성한 건 그만큼 가을이 높이 와있다는
증거지 귀뚜라미가 울면 떠날 거야
어제는 먹기 좋은 팔뚝 하나 어렵게 골라 앉아 작업을 하다가
주둥이가 부러질 뻔했지 헉, 땅이 꽁꽁 얼어붙고
서리까지 마구 내리는데 정말 얼어죽는 줄 알았지.
기진맥진해서 종일을 널부러져 있다가 운 좋게 쭈글쭈글한
손등 찾아 유통기한 넘은 식사라도 용케 하니
백화점이나 은행에서 굶어죽을 뻔한 친구들
얘기가 실감나고 눈물난다. 내년에는 시골로 갈 거야
그곳도 불황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내년까지
내가 용케도 살아만 있다면 시원한 정자나무 아래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차라리 파리채나 접부채에
얻어맞아서 죽는 꿈을 꿀 거야. 아버지,
배가 고파오는데 귀뚜라미란 놈은 오늘도 소식이 없고
일용할 양식들은 냉장고 속에 가득해요.





<詩集  '가시로 만든 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