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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노인의 비밀터.... (1편) 글/살림망67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만들어내는 일은 참으로 어렵 기도 하지만 소중한것임엔 틀림없다.
그러한 인연을 순수하고 정겹게 엮어내는일은 아마도 더더욱 어려운것이라,평생을 살며 진정한 인연이 몇번만 있다해도 그 삶은 소중하고 값진것이라는 말도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것이라 생각된다.

임하호 상류에서 만난 황노인은 참으로 정깊은 인연이었다.
8년전 현장발령을 받아 내려간 안동에서 주말이나 휴일이면 건설현장 숙소에 머물러 있기란 참기힘든 고역이어서 쉬는시간 이면 차를몰아 임하호 주변의 물가에 나와 대를 드리우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상류의 평평한 골자리에 앉아 신통치않은 입질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디서 몰려왔는지 봉고차두대에 타고온 십여명의 남,여들이 물가에 텐트를 치고 고기를 굽고는 한쪽에서 는 릴낚시를 한다며 투포환만한 떡밥덩어리를 쏘아올리기 시작 했다.
나는 이곳에서의 대낚시는 접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대충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노인한명이 한손에 커다란 지게작대기를 들고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장판을 벌리는 일행들에게 달려가더니 다짜고짜 고기를 굽고 있는 석쇠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 이놈들 이곳이 네놈들같은 짓거리 때문에 점점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어 ! "
" 어여 가지못혀! 이놈들아!"
노인의 광기어린 쩌렁 쩌렁한 목소리에 주눅이 들었는지 움찔한 일행들은 별다른 말도 못한채 웅성웅성 짐을챙겨 차를 타고 떠나 버렸고 차가 사라질때까지 작대기를 들고 욕설을 퍼붓던 노인은 주변에 흩어져있던 오물들과 쓰레기들을 허리춤에 달고있는 푸대 에 주워담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서있기 민망해져 노인과 같이 곳곳에 숨어있는 쓰레기를 주워야했다.
속으로는 혹시나 낚시를하며 내가버린 쓰레기가 있으면 어쩌나 조바심도 들었다.
한참을 주워담을때 까지 나한테 눈길조차 주지않던 노인은 가득찬푸대를 묶더니 한마디 던졌다. " 주워담은 쓰레기는 갈때 길건너편 하치장에 버리고 가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네의 눈치를 살펴야했다.

노인이 돌아간후 황당함도 있었으나 저러한 분들이 있기에 아직 까지 우리의 강산이 나름대로의 제모습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고마운사람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한 일이 있은후 몇일후 업무를 마치고 밤낚시를 하러 또다시 그장소에 들렀더니 그노인이 한쪽 수초사이로 커다란 밀짚모자를 쓰고는 앉아 낚시대 한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꾸벅 머리를 숙여 인사를 어쭈었으나 모자사이로 흴끔 쳐다볼뿐 다시금 시선을 찌에 고정시켜 버렸다.

나는 무안한 마음에 노인과 십여미터 떨어진 골자리에 대를피고 어두워지는 산빛에 물드는 노을의 화려함에 고취되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어느새 다가왔는지 노인은 주름진 손에 따뜻한 녹차한잔을 들고는 나에게 마시라며 건네주는 것이아닌가!
나는 엉겹결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노인을 쳐다보았다.

참으로 노을빛처럼 곱게 주름잡힌 노인의 인상은 전에 무섭고 고집스러움은 찾을수가 없었다.
" 자네는 요즘 보기드문 낚시꾼 같구먼"
" 인사성도 밝고... 지저분하지도 않으니 말이야"
그렇게 시작된 노인과의 은은한 대화는 서로 찌를 바라보며 밤이 깊어가도록 계속되었다.

1편 | 2편 | 3편 | 4편 | 완결편
황노인의 비밀터 1~5편
수초같은 아내① 1~5편
망사늪의 괴물
김형의 낚시징크스 1~4편
어떤 재회 1~6편
꿈속에 드리운 낚시대 1~4편
보라빛 첫사랑 1~6편
낚시업무
낚시 야유회
수초같은 아내② 1~5편
붕어 다섯마리
깊은산속의 童哭 1~7편
떡밥도둑
싸움꾼의 주먹 1~1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