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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같은 아내.... (1편) 글/살림망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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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부터인지 나의 주말스케줄은 거의 낚시 외엔 모두 취소를
하거나 가끔 친구나 친지 경조사엔 어쩔수없이 얼굴도장만 찍고
도망치듯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창모임이나 친구들과의
주말모임을 참석한다는건 왠만한 천재지변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 하다는것을 이미 친구놈들이 더 잘알고 있었다.
모여서 웃고 떠들고 술잔을 돌리는 분위기와 세상살이를 이야기
하는 자리 또한 무척좋아 하는 성격이지만 무성한 갈대숲 사이로
자욱히 깔리는 물안개 속으로 대를 드리우고 희미한 케미 빛을
바라보며 시큼한 수면의 향기를 맡고 싶고픈 욕망이 더욱더
간절한것임은 어쩔수 없는일이다.
친구놈들은 하나둘 제각기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애도 하나둘
낳아 정상적인 인생의 순차를 밟아 갔지만 시간의 공간을 모두
물가에 앉아 소비하는 나로서는 여자를 만나 사귀고 결혼까지
골인할 자신이 도무지 없어서 애당초 여러번의 소개를 거절도
했었다. 서른을 훨씬넘은 나이에 고민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나의 낚시 역마살을 운명처럼 받아 들여야 했다.
그러던중 친구놈과 같이 효천지로 출조약속을 하고 다음날 새벽
약속장소로 나가보니 친구놈 안사람과 그옆에 후배라며 웬 여자
가 있었다. 월레 나는 낚시터에 여자를 데리고와 히히닥 거리며
온갖소음과 신경거슬리는 행동(?)을 일삼는 자들을 제일 경멸하던
터라 처음부터 무척 화가났지만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며
처음부터 출조의 기대감을 접어두어야 했다.
물가에 도착한후 나는 우선 여자들이 앉아서 쉴자리, 음식,햇볕을
가릴 파라솔등을 꺼내 아늑한 자리부터 만들어놓고 버너에 불을
붙여 라면끓일 물을 얹어놓고야 대를 폈다.
왠만하면 방해를 받지않도록 그들과 조금 떨어진 후미진 골자리에
2칸 반,3칸대를 펼치고 떡밥을 갰다. 연휴 때인지라 가족과 함께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효천지의 솔밭 자락의 경사진 자리에
자리를 잡았으므로 그런데로 괜찮은 고요함은 있었다.
저수지 전체의 수심중 이곳이 손맛을 볼수있는 적당한 수심을
갖추었다는것을 알고 있지만 낚시할 만한 자리가 몇 되지않아
생자리를 만들어야 겨우 낚시대 2~3대를 간신히 펼칠수 있는
여건이었다. 떡밥을 대추알 만하게 달아 두세번 밑밥을 주고
어신을 기다리던중 후배라는 아가씨가 컵라면을 들고 아슬한
경사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 위험한데 이곳까지 오십니까" 얼른 컵라면을 받아들고
손을 잡아주었다. 식사를 하자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직접들고 왔단다. 좁은자리를 삽으로 넓게 만들어서 의자를
건네고 나는 큼직한 돌로 임시 좌석을 만든후 정신없이 라면을
먹었다. 그때까지 아무말 없이 먹는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보는
그녀는 이십대 후반이라 보기엔 애틔어 보였고 어깨까지 내린
약간의 퍼머 머리에 하얀 레이스 머리티를 한 모습이
정초해 보였다. " 잘먹었읍니다" 말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고져
얼른 한칸반대을 펼쳐 낚시를 권했다.
떡밥 을 직접달아 주고 찌보는법 낚시대 던지법등을 알려주고
혹시나 바늘에 찔릴까 주의사항도 얘기해주었다.
그러던중 나의 3칸대에서 입질이 왔다. 반마디 꿈틀하더니
이내 쑥 올린다. 챔질을 하고 보니 6치 짜리 붕어 살림망에
넣을때 까지 첫 조과물을 보며 환하게 웃는 그녀의 볼에
보조개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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