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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늪의 괴물 (단편) 글/살림망67

내가 그놈과 치열한 전투를 시작한 때는 아카시아꽃이 질무렵인 것으로 기억된다.
태백산 줄기 끝에서 이어진 소담한 산자락사이에 자리잡은 늪을 발견한것이 나에게 있어서 이 지루한 싸움의 시작이었다.

임하호에서의 출조길에 만난 최노인이 3년전의 그늪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
최노인은 일평생 낚시를 하며 그만한 물자리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와 동행한 친구놈은 가뜩이나 부진했던 임하호 조황때문인지 노인의 말에 귀가 번쩍 띄었나보다. 대충의 가는길을 메모하고 남은 휴가일정의 마지막 출조를 그 늪을 찾는데 투자하기로 합의를 보고 차를 몰았다.

노인이 말한 그늪의 정확한 지명은 남아있지 않으나 몇몇 낚시꾼들 사이에서 망사늪이라 불리어 진다고 했다.
노인이 그려준 지도를보며 비포장도로의 가지처럼 갈라진 좁은 길들을 한번씩 들어갔다가 다시돌아오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화북에서 40여리를 더들어간곳에 찻길의 중단을 의미하는 개울가의 묘석이 보였다.

이제부터는 개울을 끼고 2km를 더들어가야 한다.
친구놈과 나는 대충의 가벼운 장비와 비상식량꾸러미만 메고 산행길에 올랐다.
수풀사이로 가려진 물길을 찾아 경사진 돌바닥을 오른다는 것은 월척을 하겠다는 신념이 없으면 힘들것같은 고행이었다.
망사늪이 꾼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조금은 알수있을것 같았다.

아무리 월척과 손맛을 그리는 꾼이라 할지라도 무거운 낚시장비를 메고 험한 산길을 1시간여나 오르는 행군을 꺼리지 않을수 없을 게다.
가는도중에도 몇번이나 친구놈은 그노인이 잘못알려준 것이 아니냐며 의심스러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사방이 수풀과 암벽 으로 둘러싸인 산속에 늪이 있다는것과 계곡이나 산자락의 물은 차고 맑아서 붕어와 같은 어종이 있을리 만무하다는 것이었다.

노인이 말한 산속개울이 커다란 바위밑으로 이어진 장소까지 왔을때 실망과 배신감에 털석 주저앉았다.
사방은 빽빽한 수목과 하늘을 가릴만큼 우거진 넝쿨잡목이 더이상 의 진행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친구놈과 나는 담배를 꺼내 피우며 흐르는 땀을 식혔다.
"야 그노인네 노망들었던거 아니야?"
"이런곳에 무슨 늪이 있다고......"
"아이구 다리야...."
친구놈은 완전히 속았다며 약이 바싹올라 씩씩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혹시 길이 이어진곳이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수풀사이를 커다란 작대기로 휘저으며 이리저리 탐색을 했다. 그런데....
바위밑둥 우측에 벌어진 틈새로 한가닥 빛이 새어 나오는것을 발견했다. 주변에 가득엉킨 넝쿨풀을 니퍼와 칼로 대충 제거하니 사람이 통과할수 있을만한 구멍이 생겼다. 그곳으로 거의 기다시피 들어가 빠져 나올때까지 나와친구놈은 넝쿨가시에 온몸이 긁히고 찔려, 이처럼 생고생을 하는 자신에 대한 한심한 생각마져 들었다.
그곳을 나와 전방을 바라본 나와 친구놈은 떡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산과 산사이에 생성된 평지는 상류쪽의 기다란 갈대숲이 가을 수확을 앞둔 논자리의 벼처럼 바람에 산들거리고 물가에 새로자란 연두빛 수초들은 마치 푸른 양탄자를 펼친듯한 광경 이었다.
듬성듬성 물속에 솟아오른 바위주변에 떠있는 연잎과 말풀은 낚시꾼이 찾는 대물포인트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해주었다.

예상밖으로 수질은 그린 맑진 못했다. 계곡물이라기 보단 저수지의 적당한 흙빛을 갖추었고 수십년은 수초가 자라고 썩어서 쌓인 퇴적물로 뻘의 색은 검은빛을 띄었다.
아마도 짐작하건데 이곳은 과거에 커다한 호수가 그 생성기를 지나 퇴화기에 이르는 시기에 도달한것임이 틀림없다.
늪의 수면까지 뻘이 형성되었고 뻘에는 키작은 잡목이 자리잡아 군집을 형성한것과 허리높이의 잡초들이 몇군데 물웅덩이를 제외하고는 밀집된 모양새가 얼마남지 않아 이곳이 평지화 된다는것을 알수있었다.
친구놈과 나는 바지를 걷어부치고 무릎까지 빠지는 뻘속을 걸어 들어갔다.
늪 가장자리에 솟은 커다랗고 평편한 바위위에 올라 짐을 내리고 바위주변에 빽빽히 들어찬 수초를 제거했다. 바위는 두명이 앉아 낚시하기엔 충분한 공간이있어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나는 연잎이 떠있는 물자리사이의 공간에 2.5칸과 3칸대를 드리우고 전형적인 수초치기 채비로 봉돌은 약간무겁게 달아 외바늘에 가지고온 지렁이를 꿰어 던져놓고 새우망을 꺼내 대물붕어의 미끼채집을 위한 준비도 완료했다.
욕심이 많은 친구놈은 1.5칸부터 4칸대까지 모두 6대를 부채 처럼 펼쳐놓고 생기도는 심오한 눈빛으로 찌를 노려보고 있었다.

수심은 그런데로 찌를 세울만한 1미터 남짓한곳이 2칸반대에 자리하고 수초가 없는 늪가운데 수심은 2미터이상 족히 나올것 같았다.
골자리로 부는바람에 쓸리는 수초소리와 이름모를 새소리만 멀리서 늪의 적막함을 견제하고 있는시간......
그동안 수많은 저수지와 수로, 강가를 다니며 몸에익힌 자연과의 동질화됨을 느낀 나였지만 이곳의 생소한 분위기와 느껴지는 원인모를 긴장감은 과거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친구놈의 3칸대에서 입질이왔다. ....
손잡이로 손이가는 녀석 은 침을 삼키며 찌를 응시하고 있었다.
툭툭 찌를 치더니 이내 두마디를 올린다. 잠시 멈짓하던 찌는 몸통이 기울어질때 올라오더니 미세하게 부르르 떨었다. 순간
" 부우우욱..."
친구놈의 터프한 챔질에 3칸대의 낚시대가 일자로 휘어지고 좌우로 파고드는 힘으로 보아 대물임을 짐작 할수 있었다.
친구놈은 일어서서 녀석을 제압하려 안간힘을 썼다.
나는 틀채를 들고 물위로 떠오르는 타이밍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면밖으로 두세번 얼굴을 내밀던 붕어는 이내 공기를 먹고 힘이 빠졌는지 끌려나왔다.
틀채로 건져보니 거무스름한 색채의 3짜가 넘는 토종붕어다...

첫 조과에 월척을 걸은 친구놈은 희안한 환호성을 지르며 살림망에 첫수확을 넣었다. 그후로 나의 낚시대에서도 월척2수 8치내외 10여수를 삽시간에 올렸고 친구놈도 비슷한 조황을 기록했다..
그런데.....
그렇게 잦은 입질이 갑자기 뚝 끊겼다....
그리고 주변이 너무 고요하다는것을 느꼈다. 친구놈은
"이게 무슨조화지?"
"붕어들이 전부 반상회를 갔나?"
하며 2칸대를 걷어 채집한 참붕어새끼를 달아 던졌다.
그런데..
그순간 찌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친구놈의 2칸대가 거꾸로 쳐박히는것이 아닌가!...

스라이딩 하다시피하며 겨우 대를 잡은 친구놈은 대를 세우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 야~~~ 이거 보통놈이 아니야, 줄이 끊어지겠는데.."
나는 황급히 달려가 대를 같이잡아 세우려고 힘을 주는순간 손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힘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는 웅웅대는 소리를 내며 그힘을 가깟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얼마 가지않아 이내 허전함이 전해졌다.
걷어낸 낚시대의 줄을 보니 목줄 바로위가 잘려나가 있었다.
분명히 이것은 터진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이빨에 잘려나간것임을 알수있었는데 원줄의 군데군데 씹힌 자국이 남아있는것으로 보아 놈은 이빨을 가진 어류임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과연 놈의 정체는 무엇일까?........

갑자기 늪의 고요한 적막과 순식간에 입질이 끊긴 정황으로 보아 놈은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위치한 육식어류임엔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목표를 달리했다..
붕어보다는 그놈을 잡아서 오랜 낚시조력에 화려한 경력을 기록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을 일치하고 가지고온 낚시채비를 다시 만들었다.
나는 향어용 낚시대에 PE합사 3호줄을 달고 돌돔용 13호 바늘로 무장하여 2칸대 2대만 잡아놓은 참붕어중 씨알이 굵은놈을 달아 던져놓고 받침대는 더욱 무거운 돌로 고정 시켜놓았으며 손잡이는 아예 받침대에 끈으로 단단히 걸어 놓았다.
친구놈도 비슷한 채비로 2대만 담가놓고 나머지는 모두 대를 거두었다...

시간이 흘렀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난후의 늪은 다시 적막함이 찾아들었고 친구놈과 나는 말이없이 언제 끌려들어갈지 모르는 찌만 응시한채 한동안 고즈넉히 울리는 새소리만 계곡에 메아리되어 들리는 공간에 앉아 있었다.

나는 시장기가 돌았다.
오전에 도착하여 점심도 거른채 열중하다 보니 배고픔을 잊었지만 어느정도 무료한 시간이되니 시장함이 밀려왔다.
가지고온 비상식량이라곤 라면과 휴계소에서 사둔 김밥이 전부지만 공기좋고 물좋은 이곳에서의 식사는 꿀맛과도 같은 즐거움이다.
대충 점심겸 저녁을 때우고나니 어설피 해그림자가 늘어져 있었고 산속의 노을은 금방 찾아들었다.
친구놈과 나는 아예 이곳에서 밤을 새기로하고 두툼한 점퍼를 꺼내입었다.
렌턴과 케미를 준비하여 밤낚시 준비를 갖추자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졌다.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부쳤다..
이곳은 정말 인적이라고는 찾아볼수없는 외지라는것과 산과산속의 깊은 골에서 밤을 보낸다는것은 혼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못했을 것임을 친구와 나는 서로을 의지한채 그렇게 버티어냈다.
인간은 이처럼 대자연의 한가운데 홀로남겨지면 무한이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는것을 알았다.
캄캄한 어둠은 바로옆의 친구가 무엇을 하는지조차 구별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수초옆의 케미빛 만이 환하게 어둠을 떠받들고 있었다...

전혀 주위에 미동이 없다..
놈은 낮에 혼쭐이 났는지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들었다.
친구놈은 조금전까지 부스럭거리며 미끼를 새로 달아던지며 부산을 떨었지만 지금은 쌕-쌕 거리는 숨소만 들리는것으로 보아 골아떨어진것 같았다.

달빛에 아롱거리는 물결이 반사되어 물빛이 흔들리고 풀벌레소리 만 간간히 바람에 실려 들려온다.... 아마도 새벽1시가 넘어서고 있는것같았지만 놈의 미동을 감지하진못했다..
졸음이 몰려왔다, 어제도 한숨도 자지못했지만 오늘 산길을 오르며 힘이들었던 탓에 나도 모르게 잠이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섬뜩한 바람에 눈을떴다.
의자에 기대어 머리를 젖힌탓에 눈에들어온 수많은 별빛....
마치 나는 기억상실자처럼 내가 여기에 왜 있는가 하는 멍한 상태에서 자세를 바로잡고 수면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왔다.
흐릿한 달빛에 반사되어 자세히 식별은 되지않았지만 아기머리만한 것이 수면에 나와 천천히 움직이는것이 아닌가!....
순간 소름이 돋았지만 렌턴으로 비추진않았다.
한참을보니 그것은 마치 뱀의 머리처럼 주둥이가 뾰족하고 거무스레한 머리통을 가지고있다는것을 알았다.
순간 저놈이 어제 낚시줄을 끊고 사라진 정체모를 그놈이라는것을 직감했지만 나도 숨을 죽이고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놈은 달빛에 반사되어 푸른빛의 안광을하며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놈과의 거리는 불과 3~4미터 내외였다.
서로 그렇게 한참을 탐색하던중 친구놈이 기지개를펴며 일어났다.
그소리에 놈은 서서히 머리를 물속으로 잠수시키며 유유히 사라졌다.
친구놈은 렌턴을 켜고 멍하니 정신을 놓은 나에게 무슨일이냐며 놀라서 물었다.
나는 아무런 말도못하고 그냥 괴물을 보았다고 했지만 그놈의 정체에대해 무수한 생각이 교차하고 있었다.

커피한잔을 끓여온 친구놈과 이야기를 하는동안 긴장감은 다소 해소되었지만 놈의정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놈을 잡을방법을 연구해봐야 소용이 없음을 알았다.
친구놈은 헛것을 본거라며 나의 말을 잠꼬대 쯤으로 취급하는것 같았다..
다시 자세을 가다듬고 얼마의 적막이 흘렀을쯤..
나의 두칸대의 케미가 하늘높은지 모르게 올라오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 초리대가 물속에쳐박히며 받침대까지 흔들렸다.
" 드르르륵..."
하는 소리와함께 낚시대가 끌려들어갔다.
손잡이를 단단히 묶어놓은 덕에 가깟으로 낚시대를 잡을수 있었다.
나는 그놈임을 확신하고 대를 두손으로 잡고 세우려고 힘을 주었다.
마치 단단한 암석에걸린것 처럼 꿈쩍도 하지않는 것으로 보아 수초에 감겼을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부르르 떠는 느낌으로는 물속에서 버티는 놈의 힘을 느낄수 있었다.

놈은 나의 낚시대를 좌우로 심하게 요동시키며 줄을 끊으려 안간힘을 썼으나 그놈이 힘이빠질때를 노리려는 나는 놈이 힘을 쓰는 방향으로 대의탄력을 최대한 이용해 반발력을 최소화 시켰다.
친구놈은 연신 렌턴을 비추며 놈의정체를 보려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불빛이 놈을 자극시켰는지 갑자기 수초사이를 뚫고 놈이 튀어올랐다.
엄청난 물보라속에서 나는 아연실색했다.
시커먼 놈의 몸뚱이는 족히 1미터는 넘어보였다.
순식간에 모습을 보여 확실한것은 알지못했으나 놈은 수령이 10년은 훨씬넘어보이는 가물치였다.

그 요동치는 엄청남 힘에 손목에 통증을 느꼈다.
PE합사 3호줄도 불안해지고 점점 그놈보다 나의어깨와 손목에 힘이 빠짐을느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놈과 힘을겨루며 나는 어디서부터 그런힘과 오기가 나왔는지 아직도 모르지만 덜덜 떨리는 종아리에 힘을주며 거의 1시간을 그렇게 버텼다.
친구놈은 나에게 포기할것을 말했지만 나는 비오듯 땀을흘리며 놈의얼굴을 꼭 봐야겠다는 욕망이 대를 놓지 못하게하였다.

이제 발악하는 몸부림도 없어진체 놈은 대만 이리저리 휘저으며 느슨해졌다.
놈은 이제포기한듯 바위앞까지 끌려왔다.
친구놈은 바위에 엎드린체 뜰채를 내리고 담으려했으나 놀란놈의 힘에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길 여러차레 드디어 뜰채에넣었다.
겨우 바위위로 끌어올려 놈을보니 몸통이 어른 허벅지만하고 머리통에서 꼬리까지 시커만 반점이 선명히 보였고 놈의주둥이 천장에 박힌 돌돔13호 바늘이 어떻게 버티어냈는지 신기할 정도로보였다.
이놈의 입안에 돋은 이빨은 꽤나날카로워 보였으나 용케 줄을 끊어내진못했다.
주둥이 옆엔 이미 여러개의 낚시바늘이 꿰어져있는 것으로보아 여러조사가 걸었다가 실패한 흔적임을 알수있었으며 오래되어 녹이슨 바늘도 있었다.
아마도 최노인의 바늘도 이중에 하나일것임이 틀림없으리라 생각되었다.
친구놈은 수건으로 놈의 머리통과 몸통을 누르는 동안 나는 바늘를 빼려고 니퍼를 놈의 입에넣었으나 순간, 놈은 꾸룩대는 소리를 지르며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그바람에 놈의 꼬리가 친구의 안면을 가격했는데 친구놈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쓰러졌고 당황한 나는 니퍼로 놈의 머리를 쳤다.
놈은 엄청난 힘으로 튀어오르며 바위밑 늪속으로 떨어졌다.
나는 낚시대를 세우려 손잡이를 잡았지만 니퍼에 손상을 입은 목줄이 터져나갔다.
진흙벌에서 꾸물거리며 물속으로 기어가는 거대한 몸통을 바위위에서 뛰어내려 덮쳤으나 놈의 그 미끈한 몸과 힘을 제압할 도리가 없었다.

허탈함과 좌절감...
그리고 힘을 모두 소진한상태에서의 무력감에 밝아오는 늪의 새벽이 오는줄도 모른체 멍하니 수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친구놈은 예상외로 가격당한 부위가 심했다.
왼쪽 볼아래가 부어있었으며 턱을 움직이기 힘들정도의 타박상을 입어서 가지고온 비상약을 바르고 붓기가 빠지도록 계곡의 찬물에 수건을 적셔 맛사지를 하였으나 좀처럼 나을 기색을 보이지않았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그늪을 빠져나왔다.
허탈감과 패배감에 살림망에 있는 붕어는 모두 물가에 방생하고 철수했다.
그후로 나는 회사의 업무며 집안일을 하는동안에도 그늪과 놈에대한 생각을 떨칠수 없었다.
꿈속에서 놈의 푸른 눈동자를 맞닥드리고 수없이 많은 싸움을 했지만 항상놈은 나의 힘과 장비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처절한 패배감만 안긴채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친구놈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인대가 늘어난 턱근육 때문에 한동안 머리 전체에 붕대를 감고다녀야 했다.
그늪이 왜 망사늪인가 하는 사연을 조금은 알수있었다.
해가 저물고 달이뜨는날이면 놈은 오래전부터 머리를 물위로 내놓고 어스름한 달빛을 향해 무언가를 기다리는것처럼 떠있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뱀이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는것 같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추측이 쉽게 되었지만 놈이 그늪에서 대적할만한 천적없이 늪의 지배자가 되었던때가 언제부터인지는 알지못했다....

이제껏 나도 수많은 출조를 다니며 가물치를 잡은 마리수로만 100여수가 엄고 게중엔 망사늪의 그놈과 엇비슷한 크기의 가물치도 1칸반대로도 걸러냈던 경력이 있었다.
아마도 그놈은 여러번의 낚시미끼를 물고 그바늘에서 빠져나오는 동안 꾼들의 약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수중에서 마지막순간엔 힘을아끼고 건져올려 바늘을 빼려는 순간 믿기힘을 괴력으로 꾼의덫을 빠져나온 그영악함이 더욱 나로 하여금 투지를 불사르게 하였다..

나는 가물치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대한 장비를 하나씩 준비해갔다.
올여름 휴가기간을 그놈과 결판의 D-DAY로 잡고 권투선수가 타이틀매치를 앞두고 철저한 준비와 훈련으로 대비하는 마음가짐을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준비하는 기간중에도 나는 여러군데 가까운 저수지나 강어귀에서 가물치낚시를 하며 실전연습을 쌓아나갔다...
우연한 기회라도 나는 조행길에 최노인을 만나길 기대했다. 일생을 그놈과의 대결에서 갈고닦았던 노인만의 노하우와 그놈에대한 최노인의 경험담을 듣고싶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럭저럭 시간이흐르고 초여름의 따가운 햇볕이 신록을 짙게 태울무렵 나는 회사에서 가장빠른 순서로 휴가계를 제출하고 5박6일의 조행길에 올랐다.
친구놈은 아연실색하여 다신 망사늪에 가고싶지않다며 충주호로 낚시일정을 잡아버려 나는 혼자만의 외로운 결투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떠나기전 철저히 준비물을 체크하며 낚시대도 새로구입하여 완벽한 채비를 갖추었고 지루하고 긴 싸움에 대비해 텐크며 여벌의 옷도 준비했다.
여러시간 차를 몰아 화북을 거쳐 개울가로 도착했을때 해는 이미 중천에 솟았고 나는 무거운 장비를 이고 메고 산길을 올랐다.
숨이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놈을 다시 만나서 결판을 짓겠다는 오기는 전혀힘들다는 생각을 들지 못하게 하였다.......

다시찾은 망사늪....
올봄의 격전장이었던 평바위도 그대로 있었으며 상류의 갈대밭은 진초록 수풀로 밀집되어 틈새가 보이질 않았다.
수면의 밀생한 말풀과 연잎은 바위전체에 달라붙어 수초제거기 로도 한참을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이들어 서둘러 장비를 풀었다.

수초를 제거하던중에 이상한 악취가 느껴졌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말풀밑에서 떠오르는 썩은 붕어의 시체와 여기저기 늪가장자리 에서 부패하고 있는 잡고기들 주변에 새카맣게 달라붙어있는 파리들이 윙윙대며 날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내눈을 의심했다..
바지를 걷고 첨벙첨벙 늪가를 뛰어다니며 기가막힌 늪의 재앙을 확인했다...
나는 외마디소리로 외쳤다.
" 아니야 그놈은 틀림없이 살아있어"
나는 그놈의 시체를 보지않기를 바라며 갈대숲과 늪가장자리의 수풀을 하나씩 뒤지며 한시간이 넘게 돌아다녔다.

상류쪽으로 갈수록 떠올라 썩은 고기의 수가 더욱 많아졌고 물냄새가 이상함을 느꼈다.
나는 두손으로 늪의 물을 떠서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지독한 약품냄새가 났다..
나는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못해 손에 쥔 작대기를 집어던졌다.
인간의 우매함과 잔인함에 다시한번 치를 떨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갈대숲에서 반쯤나온 기다란 물체가 시야에들어왔다.
통나무처럼 원형의 물체는 뻘의 흙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식별이 되지않았지만 가까이 가서보니 심하게 부패하였지만 가물치가 확실했다.
뼈만남은 머리통은 주둥이가 길죽했고 가죽에 새겨진 많은 검은 무늬와 그 크기로 보아 그놈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껏 준비해온 그놈과의 결투가 이처럼 허망하게 인간의 비열함으로 무산되었다는 사실에 다리에 힘이풀렸다.
한참을 그놈의 사체앞에 앉아있다가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동시에 놈의 주둥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여러개 달려있던 바늘이 보이질않았다..
놈을 잡았을때 발견한 바늘들은 최소한 13호이상의 굵은것들로서 주둥이 뼈를 관통했던것들도 여러개 있었는데..
이놈의 입안과 주둥이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갑자기 놈이 살아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며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저멀리 늪의 중류가장자리에 대를 펴고있는 사람이보였다.
넓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3대의 낚시대를 가지런히 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다가가서 보니 바로 최노인이었다.
노인은 금방알아보지못하고 내가 한참을 설명하고서야 반가운 기색을 했다.
망사늪의 사태에대해 물어보자 노인은 긴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벌써 일주일 됐지... 상류위쪽에 골프장인가 뭔가를 세운다며 계속 공사를 하더니만 이놈들이 이번엔 잔디를 심고 농약을 퍼부었나봐"
"이런 죽일놈들이 또있을까.. 멀쩡한 산은 왜 뒤집어 엎어놓고 약을 왜뿌려!..."
"가물치가 얼마나 목숨이 질긴데 그놈들도 다죽어나갔으니 얼마나 약을 쳐뿌렸겠어?"

최노인은 대를 잡은 손을 가늘게 떨며 입질도 없는 늪에 미끼를 갈아 던졌다.
나는 그길로 늪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최노인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음을 떠올렸다...

나는 잃어버린 늪에대한 생각과 푸른안광을 가진 그놈의 눈빛을 영원히 잊지못할것임을 느꼈다...

아직도 나는 꿈속에서 그놈과의 끝없은 결투를 하다 눈을뜬다...
(끝)

황노인의 비밀터 1~5편
수초같은 아내① 1~5편
망사늪의 괴물
김형의 낚시징크스 1~4편
어떤 재회 1~6편
꿈속에 드리운 낚시대 1~4편
보라빛 첫사랑 1~6편
낚시업무
낚시 야유회
수초같은 아내② 1~5편
붕어 다섯마리
깊은산속의 童哭 1~7편
떡밥도둑
싸움꾼의 주먹 1~1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