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어제밤 늦게까지 낚시 채널을 보면서 퍼져있었던거 때문인지
오늘은 도저히 일어나기가 싫다
알람은 5시에 맞춰두었는데 그냥 다시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상당히 밝아서 시간을 확인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지금 이라도 나가볼까 어쩔까 하다가 다시 스르르 잠들었다

지금은 몇시지..?
눈을 뜨니9시가 넘었다 차트렁크안에 삐쿠통에  새우밑밥땜에 냄세가 장난이 아닐텐데..그걸 꺼내와서 씻어야 겠구나..
대충 대충 씻고 주차장에 나갔다 성산일출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인간적으로 나도 해 뜨는거 한번 봐줘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욕실로 가져와 삐쿠통을 씼었다..
청소하는 아줌마가 좀 짜증이 나실거 같아 방안은 꺠끗하게 치워두었다

아래 식당에서 해물뚝배기를 먹으면서 성산포를 바라보았다
낚시배들이 몇척 떠 있는게 보인다
오늘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좀 아쉽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햇빛은 쨍했다
어디로 들러볼까..?
일단 그제 밤에 갔었던 방파제에 갔다
사서 쓰지 않은 크릴과 어랭이 미끼를 낚시하는 사람에게 줄 생각이다
아버지와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낚시를 한다
아버지는 뱅어돔 낚시를 아들은 짧은대에 어랭이 낚시를 한다
아들의 아내인지..젊은 여자는 과자를 먹으며 구경중이였다
미끼를 주고 어망을 좀 볼 수 있냐고 하니 흔쾌히 그런란다
들어보니 너무너무 예쁜 뱅어돔5마리가 들어있다
바다 색깔하고 똑같은 뱅어돔 너무 이뻐서 선뜻 내려놓지 못했다

근처 오조리 방파제에 들렀다
몇 사람이 낚시 중이다
바다 색깔이 너무 아름답다
낚시하는걸 구경하다가 다른 곳을 둘러보려고 나왔다
돌다보니 세화 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여긴 글쎄 바다 물을 바라보느라고 30분은 족히 있었던거 같다
바다 물 색깔이 파워에이드 색깔하고 같다
내가 한 여름에 테니스를 친 후엔 꼭 마시는 파워에이드 마운틴블러스터
바닷물 맛을 보면 아마 파워에이드 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눈도 내 얼굴도 내 마음도 온통 그 물빛으로 변하는거 같다
나오는 길에 트로잉 낚시를 하는 배도 구경했다


비행기 시간을 맞추려면 여유가 조금 밖에 없는데...하면서 나오는데
김녕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별 기대 없이 한번 들러본다
해수욕장 앞..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차 밖으로 나가서 신발을 벗고 긴 청바지를 위로 올리고 들어갔다
고운 모래 텅빈 푸른빛 남태평양이 따로 없다
반바지를 입고 나와서 더 깊이 들어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았다
외국인 커플 두명이 애정스런 장난을 하고 썬탠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고
다른 젊은 이들 몇명은 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수영도 못하는 데 ...물 밖으로 나오기가 싫었다
정말 너무 아름답구나..이야...이야....감탄사만 연발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여유있었다면...좋았을텐데
떠나기가 싫은 곳이였다
다시 김녕에 갈 일이 있을지 몰랐지만 바다가 너무 좋아 주변 민박집 간판에 적힌 전화번호를 모조리 입력시켜 두었다
언젠가 오게되면...꼭 다시 와야지...

너무 느긋하게 놀았던 걸까...
보딩 시각이 다가오는데 차가 막힌다
가까스로 도착해서 렌트카 반납하고
짐 가방 이고 지고 가서 짐을 부친다
아이구...숨차라..
다시 면세점을 지나치며 비행기에 오른다


돌아오는 비행기 좌석은 아주 맘에 들었다
남은 마일리지를 업그레이드 시켜서 비지니스 클래스로 오게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넓은 좌석이 있다
내 옷을 들춰대고 내 신발을 밟아대고 코를 후벼대는 8살짜리 말썽꾸러기는 없다
옆자리 승객 때문에 피곤할 일은 없을거 같다

서울에 도착했다
여전히 덥다
내 머릿속엔 내 눈속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데 서울엔 교통체증에 후덥지근한 날씨 뿐이다
그래도 마음 속에 바다를 담아 왔으니 참 좋다
여행을 하면..조금씩 조금씩 내가 업그레이드가 되는 느낌이다

무기력하고 자신없어 하고 걱정이 많던 나는 그 곳에 두고 왔다
나와 함께 돌아 온건 기운도 나고 더 차분해진 내 모습이다
다음 여행이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다
분명한건 난 어제보단..점점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가고 있다는것이다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