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의 나날 2.




저수지에 나가보면
저수지만 있는 것이 아니디요
저수지앞에 가차운 앞산이 있고
그 앞산 제방 뒤엔 거진 먼 산이 있디요
먼 산을 사이로 들녁들이 하얗게 안개를 쏟아 붓고
검은 산들이 가끔 산그림자를 데리고
저수지까지 걸어 내려오디요.
아랫도리 후즐근히 태양과 수초들이 몸 섞고 난뒤
산그림자 무지개를 목에 걸고 돌아 가는디,
무지개는 원래 비온뒤에 뜨는 것 아닌가요 ? 근디,
저수지로 나가는 날 마다, 무지갠
버들치 몽당지느러미에도 뜨고요
유탄처럼 차고 오르는, 거 뭐냐,
피래미떼들 개울가에도 뜨고요, 거 뭐냐
물뱀들의 갈지자 꼬랑지 끝에서도 뜨고요
덜렁 홍시 같은 감잎 한장, 노란 달밤에도 떴는디, 거 뭐냐
낚시대 드리우고 어떤 날,
덜렁 혼자 뜬 달을 보는데
저수지가 슬금슬금 내 몸속으로 기어 들어 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밤꽃 같은 물안개 흘러 들어와
밤새 하얗게 내 몸 구석구석 뒤 섞어 놓더니만
아 글씨, 가을인디 내 거시기가 빳빳해지고, 거 뭐냐
달도 홀라당 옷 벗고, 밤새 저수지와 그짓을 하는디,
밤새 살아있는 것들 모두, 교성을 내고
기찻길도 멀리서 덜컹 데데요. 그렇게, 한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고단 했는지
저수지의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솟구요
붕어들은 팔딱 팔딱 물 밖으로 차오르고, 아휴!
나무들은 글쎄, 이마까지 이슬이 맺히드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