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한테 당한 낚시꾼들

제나라의 환공은 덕망이 높은 군후였다.
그는 어느 날 잠을 자다가 모기장 바깥에서 우는 모기소리를 듣고
홀연히 자기 몸을 내 놓았다.
모기도 먹어야 살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서였다.
굶주린 모기들을 가슴아프게 생각한 환공은
스스로 자기 몸을 모기에게 뜯겨 먹였던 것이다.

그러나 "모기들도 환공의 높은 덕을 알고 감히
그의 몸을 뜯지 못했으며 무식한 몇 놈은 너무나  포식한 끝에
배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모기 파티를 열어준 환공의 덕도 기괴할 뿐 아니라
그의 덕을 알고 감히 접근을 하지 않고 날아갔다는 인텔리 모기 이야기는
더욱 수상하다.

아무리 덕이 좋아도 본 받을만한 이야기는 못된다.
더구나 모기에게 군자의 덕을 기대 한다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매년 여름이면 꾼들은 모기와 전쟁을 치룬다.
온갖 방법이 동원되지만 모기로부터 해방을 선언한 예를 듣지 못했다.
그렇다면 모기란 놈은 무서운게 없다는 말인가.
그 수많은 꾼들이 아직까지 모기에게 시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민물 고기 중 가장 작은 고기 송사리를 아는가,
왜 갑자기 송사리 이야기냐고?
우연한 기회에 송사리의 생태를 연구한 기록을 접했다
송사리는 모기의 유충을 가장 즐겨 먹는 물고기요
그래서 모기가 가장 무서워했던 물고기였단다.

옛날의 시골에서는 마당가에 피운 모깃불 하나면
멍석에 둘러 옥수수며 참외를 밤늦도록 깎을 수 있었고
할머니는 부채 하나로 손자들을 재울 수 있었다.  

모두가 송사리의 덕이라면 믿겠는가.
흐르는 물보다는 고인 물을 좋아했던 송사리는
개천가 풀숲이건 논두렁 물길이건 작고 큰 둠벙을 가리지 않고
우리들 옆에서 쉬지 않고 모기 유충을 잡아먹었단다.

체구가 너무 작아서 물살을 견디기 힘들었고 농약에 약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물길을 바로 잡자고
풀 베고 자갈 치워 세멘트로 둑을 쌓고,
마구 뿌려대는 농약들 때문에 송사리들은 그 들의 터를 잃었고
그 터를 점령한 것이 모기들이란다.

송사리 없는 웅덩이에 알 까고 거칠게 없이 마구 자란 날개로 활개치는
모기에게 우리들이 당할 차례가 온 것이다.

우리들이 몰아낸 송사리를 어떻게 모셔 올까
모셔오지는 못할망정 남은 송사리마져 몰아내지나 말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