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앞마당 두 그루의 라일락나무가
보랏빛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금새 골목길 끝까지 그리움의 향기가 물씬 합니다
저녁밥을 짓기위해 쌀을 씻는데
쌀뜨물 냄새를 일부러 맡기도 하고
아내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밤 모람모람 라일락 향기를
묻히고 들어와선 방긋 웃어주기를 소망하였습니다
딸아이가 심심하게 제방에서 나와 학원으로 갈 때
손에든 가방안에 봄밤이 채워지고 있었으니
오늘은 시원한 냉이 된장국도 끓이고
밤이 다 될 까지 골목길에 나와 라일락 향기만
맡고 싶습니다 그것이 설령
그리움은 아닐지라도 아마도 그림움은 그런것일 거라고 믿으며
아내가 돌아오는 시간까지만이라도
그리움에 대하여 생각하고 싶습니다
모람모람 압력밥솥에서 김이 솟는군요
코를찌르는 라일락 향기를 따라
골목으로 나아가 한 껏 라일락 향기를 맡습니다
갑자기 가슴 한쪽에서
방긋 웃는 아내가 걸어 오기 시작합니다
그리움은 아마도 그런 향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눈물이 찡 돌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