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방송에서 보았던 내용이다.
시골의 어느 야산을 온통 그물로 휘감아 놓은 장면이 있었다.
물론 이 그물은 무지막지한 땅꾼들이 쳐놓은 것인데 이유인 즉,
동면에서 막 깨어난 뱀들은 본능적으로 맨처음 물을 찾기 마련인데
산아래 냇가로 가는 쪽에다 이렇게 그물을 쳐놓으면 (약간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 산에 있는 뱀은 거의 다 소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짓은 범죄행위이며 적발시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처벌 이전에 얼마나 교활하고 잔인한 짓인가, 겨우내내
추위와 굶주림에 떨다가 따스한 봄날 새삶의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그 질긴 그물에 갖혀 그 생명을 다하니 말이다.
물론 게중에는 이러한 그믈짓을 보고는 혀를 차기는 커녕,
절묘한 타이밍, 또는 사냥대상의 습성을 잘 간파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감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 그런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야산엔 그 흔한 풀뱀하나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각설하고,
몇몇 낚시꾼들에게 몰매 맞을 말일지는 몰라도, 나는 산란철 붕어낚시가
좀전에 말한 그믈짓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으며, 동시에
그 취약성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조력을 갖고있지 않는 낚시꾼일지
라도 봄철 저수온기에 붕어들이 삭은 갈대며 부들밭에 몰려있는 것과
산란이 임박하여 경계심을 풀고는 엄청 먹어댄다는 것은 누구다 다 알고있다.  
따라서 빨갛고 토실토실한 지렁이를 서너마리 꿰어 삭은 갈대속에
집어넣어 굶주린 붕어를 잡아내는 것은 어찌보면 뱀을 잡기 위해 산에서
그믈짓을 하는 것보다 더 쉬울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똑같은 야생동물이면서 산에서 뱀을 잡는 짓은 추악하면서도,
물가에서 붕어를 잡는 짓(?)은  오히려 아름답게 까지 보이는 것일까.
생김새의 차이?  아니면 뱀보다 붕어가 더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잡아도
된다는 자기위안일까.  설마 뱀보다는 붕어가 더 해롭기 때문에 마구
잡아도 된다는 낚시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게중에는
혹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는. 물가에 쓰레기를 버리고도
부끄러움을 못느끼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봄철 붕어잡이(?)가 뱀잡이와 다른 차이는
단하나, 그 대상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땅꾼은 잡은 뱀을
자루에 꽁꽁 묶어 가져가 죽여버리지만, 낚시꾼은 아무 미련없이
물가에 놓아준다.  낚시가 끝난뒤 자신에게 할일이 많이 있듯이,
붕어에게도 아직 남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갈대에 몸을 부벼 알을 낳고,
그리고 난뒤 다시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아직 끝내지 못한 윤회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난 절대로 불교신자가 아니다)
다시 살려준다는 것,
바로 이것이 봄철 붕어낚시가 그 끔찍한 뱀잡이와 다른 점이다.
최근 입큰붕어 취재팀의 화보를 보노라면 가슴이 흐믓해지는 장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취재가 끝난뒤 잡은 고기를 방생하는 모습이다.
긴말이 필요없는 장면이다. 푸른 물속으로 고기를 다시 돌려보내는 것.
바로 이것이 최고의 낚시꾼이 할수 있는 가장 겸손한 행위이다.

가끔 잡은 붕어의 길이를 뽐내며(그래봤자 대부분 3-40cm 이지만)
죽은 붕어를 들고 낚시점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보노라면,
나는 그 장면이 마치 껍질이 벗겨 죽은 뱀을 들고 의기양양하는 땅꾼의
모습이 연상이 되어 기분이 씁쓸하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아직 낚시의 참맛을 모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