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꾼 들이 지나 간 자리
낚시를 오래 한 꾼들 중에는, 우연히 알게 된 경우나, 남에게 소개를 받아 찾아 간 낚시터에서 뜻밖의 호황을 만났을 때,
보편적으로 이를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첫 째, 우선 본인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끼리 최대한 재미를 본 다음에 공개
하고 싶다는 것이고,
둘째로는 손이 타지 않은 깨끗한 저수지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원남지를 찾았을 때, 채감온도 영하20도...일부 꾼들은 불을 지피고 있었다...
지방을 다니다 보면, 가끔 낚시를 한 흔적이 없는 저수지를 발견할 때가 있고,
그 때의 그 신선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끼를 드리우면 금방 때글때글한 붕어가 입질을 할 것 같고, 물 속에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상상에 빠지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그 신선함은 점차 퇴색하여 가고, 결국은 '여기는 낚시를 하였음'이라는 흔적을 남기게 된다.
지난 주 초부터 총 4회에 걸쳐 입큰붕어에서 취재를 한 원남지.
휴일에도 많은 꾼 들이 방문을 하였기에 사뭇 그 뒷자리가 궁금하여, 금일 오성낚시 사장과
함께 원남지를 찾았다.
아침 9시가 다 된 시간, 지난주에 손맛을 못 본 꾼 들인지, 아니면 시간이 없어 뒤늦게 대어를 만나겠다는 생각에 찾은 꾼 들인지,
저수지에는 20여명에 가까운 꾼 들이 이미 낚시에 임하고 있었다.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 얼음 위에 발을 디딘 순간, 아니다 다를까? 사방에 뚫린 얼음 구멍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꾼 들의 발자취, 바로 쓰레기였다.
쓰레기를 보면서 '입큰붕어' 스스로도 반성해 봅니다.
담배꽁초, 종이컵, 떡밥봉지, 하물며 포장박스까지, 너저분한 쓰레기가 지천에 깔려 있었다.
일요일에 이어 오늘도 원남지를 찾은 청주 공단낚시 대표 정진모씨는
" 이래서 내가 고기가 잘 나와도 여러 사람한테 알리고 싶지 않다니 까요? "
"붕어가 잘 나오니까 꾼 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쓰레기까지 모여서야 되겠습니까? "
"어째 마음이 찜찜......."
하며 말끝을 흐린다.
입큰붕어는 일회용 지렁이통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목에 거는 반영구적인 지렁이집을 사용합니다.
잠시 후 입어료를 받으러 온 관리인 아주머니도
"쓰레기를 저수지 밖에다가 놔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이 모양이네... 아무튼 버리는 사람이 줄지 않은 것이 문제는 문제야...
천상 내 일이나 모레 내가 다 치워야지. 유료낚시터이니까...안 그런가 총각?(으잉? 총각 아닌데...)"
하면서 태연스럽게 웃음을 보인다.
입큰붕어는 대부분 쓰레기통을 갖고 출조하고 있으며, 그렇게 할려고 노력중 입니다.
관리인 아주머니가 돌아간 후, 잠시 대를 담가 볼 요량으로 쓰레기로 얼룩진 얼음판에서
구멍을 몇 개 뚫었다.
한 이틀 날씨가 풀어져서인지 얼음의 두께는 지난주보다 한결 얇아진 느낌이다.
그래도 힘이 들어 남이 뚫어 놓은 구멍을 두 개 슬쩍^^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첫 입질을 받았다.
한 마디를 급하게 올려놓더니 잠시 멈칫, 이어 두 마디를 점잖게 올리다 다시 멈칫, 그리고
는 옆으로 비스듬히 잠긴다.
급히 챔질을 해 보니 얼음 밑으로 제법 힘을 쓴다.
오랜만에 본 손맛인지라 혹 놓쳐 버릴까 부지런히 올려보니 월척은 충분히 되어 보인다.
맨날 남의 붕어만 들고 폼잡는 김ㅆ...불쌍하죠... 그리고 맨날 추운날만 골라 출조를 하는 김ㅆ..채감온도 영하20도
그리고는 입질 끝, 전체 조황 끝이다.
중류 쪽에 자리 잡은 사람들도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온이 떨어지니 하나 둘 철수를 한다.
입큰붕어 회원인.. 월척님...추운데 너무 고생했습니다.. 다음번엔 복수혈전을 하자구요~
대를 챙기고 상류 쪽을 가보니 세 사람이 아직도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청주에서 왔다는 안병희씨의 아이스박스 안에는 큼직한 붕어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계측을 해도 된다는 양해 아래 재어보니 정확히 34.8cm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원남지를 찾는 다는데... 오랜만에 월척을 했다고...
역시 원남지는 월척 아니면 꽝 저수지?
청주에서 왔다는 안병희씨의 34.8cm 월척...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월척을 확인해도 기분이 그냥 무덤덤하다.
두 마리의 월척을 확인 한 후, 철수 길에 원남지의 쓰레기를 필름에 담았다.
하찮게 생각하여 무심코 버린 한 개피의 담배꽁초, 종이컵이 사진으로 찍히면 얼마나 보기 흉한지...
버려진 쓰레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낚시꾼 전부의 잘못이다.
한 번 두 번 버린 쓰레기로 우리의 소중한 자연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간다는 것을 여러분은 인식하고 계시는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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