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붕어가 밉지 않은 저수지. 괴산 문광지
태풍이 아직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즈음.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대소로, 맹동으로, 그리고 원남에서 괴산 쪽으로 향하면서 바라본 들녘은,
문광지로 향하는 취재진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였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막 누렇게 변해가던 벼들이 많이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1년을 기다린 결과인데....

상류에서 바라본 문광지 전경..

도로변에는 그림이 나온다..
조금은 약해진 빗줄기 속에서, 조심스레 벼를 세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비닐하우스를 만지고 있는
사람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는 이렇듯 힘없이 당하여만 하나?
역시나 이 태풍속에서는, 낚시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는 저수지마다 무너미로 물을
콸콸 토해내고 있었고, 물은 뒤집혀서 점차 황토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문광지는 다행스럽게도, 많은 비가 내린다 하여도 물이 잘 뒤집히질 않는다. 관리소 바로 앞에서는,
산에서 내려오는 많은 물이 저수지로 흘러들고, 산아래 절벽에서는, 나무에 가린 폭포가 쉬지않고
소리치고 있다.
빗속에서도 포근한 느낌을 잃지 않고 있는 노란색.
그 포근한 색으로 단장을 한 상류좌대에 올라 낚시대를 드리운다.
물에 손을 넣어보면, 상층부의 물은 미지근한 상태이지만, 상류에서 흘러드는 찬 계곡수 때문에
바닥의 수온은 얼음장같다.

자~ 받침틀 고정하고...봉봉님..

좌대를 배경으로 한 문광지..
마치 예당지와 같이, 떡붕어와 토종붕어가 상존을 하고, 풍부한 어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문광지.
자생하는 새우를 미끼로 쓸 경우 바닥붕어의 입질이 훌륭한 문광지. 그러나 이날은, 새우가 미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는지, 새우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오로지 떡밥만을 먹는다.
아주 강하지 않은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바람은 아직 태풍의 중심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못한 듯,
잔잔하기만 하다. 어둠이 시작되면서 깜빡거리던 입질이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작지만 밉지 않은
붕어들이 쉬엄쉬엄 올라온다. 수심은 좌우 2미터정도.
마름이 밀생하고 바닥에는 육초와 말풀이 어우러져 있는데, 주변이 환할 때 맞춰놓은 자리가 마름의
이동으로 엉망이 되어 버린다.
요즘 어복 때문에 주체를^^ 못하는 봉봉 님은, 묵묵히, 아주 조용히 낚시에 열중하고 있다.
그저 가끔 올라오는 붕어를 만져보곤, "떡이네^^, 토종이네^^"를 웅얼거릴 뿐.
봉봉 님의 낚시하는 모습을 보면,
'84년 경. 근 6년 가까이 함께 낚시를 다니던 노조사가 생각이 난다.
출조지가 어디든지, 동행출조자가 누구든지, 그 노조사는.....
현장에 도착해서 출수시까지, 어디서 어떻게 낚시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저수지에 도착하면 주변을 살펴보곤, 다른 사람이 앉은 것을 보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진다.

육초대가 잠긴 만수위...

상류쪽 전경..
그리고는 아침 철수 때까지는 목소리 한 번, 모습 한 번 보기 어렵다.
처음에는 어떻게 낚시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낚시도중 어디있는지 확인을 해 보기도 하고,
숨어서 낚시하는 모습을 훔쳐보기도 하였는데, 단 하나의 낚시대를 가지고, 묵묵히 찌를 바라보며
낚시에 열중할 뿐, 일체의 다른 행동을 하질 않는다.
가끔 라면이나 커피를 배달^^하면, 고맙다라며 얼핏 웃어주던 모습....
조과가 좋든, 월척을 잡든,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즐기던 모습.
한 번은 술자리에서 "붕어는 잡아도 좋고 못 잡아도 좋아. 그냥 낚시를 하고 있는 그 자체가
행복하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니까 말이야...."라며 술잔을 기울이던 모습과 그 목소리는,
낚시를 어떻게 즐기는 것인지를 암시해 주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의 스승이 되어 항상 가슴속에 살아 있는 당신....
마대자루로 붕어를 잡아 트렁크에 싣고 가는 사람을 보면, 주변 사람은 개의치 않고
술을 마시며 낚시터를 소란스럽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떠오르는 당신....
밤은 자정으로 치닫고, 계속적인 비 때문인지 사방은 고요하기만 하다.
입질은 여전히 예민하고 붕어의 씨알도 크게 변하질 않는다.
오늘은, 비닐에 비 떨어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원줄 1호/목줄 06호/붕어바늘 3호...지롱이 채비
해와 함께 바람이 거세어 진다.
아마도 태풍의 끝에 와 있는 것 같다.
서에서 동으로, 때론 남에서 바람이 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빨리 철수를.........
딱 20분 정도 늦어 버린 탓에, 철수시의 취재진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파라솔은 물 속으로 처박히고, 낚시의자마져도 쉬이 날려버린다.
강해진 빗줄기에 온 몸은 생쥐가 되어 버리고, 물에 젖은 장비들을 대충 챙겨서 자리를 떳다.
근 20마리에 가까운 조과를 기록했지만, 새우를 먹지 않아서 인지 토종붕어는 몇 마리 잡질 못했다.
하지만 문광지의 떡붕어를 다른 곳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몸이 덜 미끈거리고, 힘이 약간 앞선 듯 하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에서 자라서인지는 몰라도...

지독한팀 조과...

아나로그로 찍었더니..완전히 동태처럼 나왔네요..다음에는 잘~ 찍어 보겠습니다.
비가 모자라 애태우던 것이 얼마 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빨리 이 태풍이 지나가서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밝은 해가 보고싶다.
[문광지 취재종합]
*일 시 : 2000년 9월 15일(금) - 16일
*장 소 : 충북 괴산 문광지
*날 씨 : 비와 강한 바람
*취 재 : 실시간지독한팀(독사 대타 봉봉 님)
*포 인 트 : 관리소 앞 좌대
*수 심 : 좌우 2미터권
*채 비 : 원줄 1호/목줄 06호/붕어바늘 3호
*미 끼 : 새우, 떡밥
*조 과 : 8:2비율의 떡붕어와 토종붕어 10여수
*기 타 :
-현재 바닥의 수온이 매우 차서 입질이 예민함
-위의 상황때문인지 새우가 안 먹혔음
-수위가 안정되기 까지는 좀더 깊은 중 하류 쪽이 나을 것 같음
금일 어려운 여건하에서 취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문광지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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